컴퓨터 학부에는 다른 이공계 전공자에 비해 폭 넓은 진로 선택 범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을 처음 접한 1학년 학생들은 아마 진로에 대해 한번쯤 심각하게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IT산업에 대한 두려움, 노력보다 결과가 더디게 나타나는 프로그래밍 실력 등 필자의 경험을 살려서 추측해 본다면 진로에 대한 고민은 이러한 요소에 의해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번 호에는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많은 독자들에게 한 가지 선택의 폭을 더해주고자 한다. 바로 공무원의 최고봉 ‘고시’이다.
행정고시? 기술고등고시?
2009년 2학기. 정보과학관에 낯선 플랜카드가 걸린 적이 있었다. 행정고시 기술직 합격. 흔히들 3시만을 알고 있던 많은 학생들이 처음 플랜카드를 접하고 어리둥절해 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이제는 기술고등고시라는 말이 사라졌다. 2003년을 기준으로 이공계전공자의 공직진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행정고등고시와 통합되었기 때문이다. 행정고시 기술직군은 공업, 농업, 환경, 시설, 전산 등 각 분야로 세분화되어 있으며, 1차 PSAT(공직적격성평가), 2차 전공, 3차 면접 시험으로 이루어져 있다. 경쟁률은 전공 분야에 대한 제약으로 행정직군에 비해 높지 않지만 2차 전공 시험에 대한 난이도는 더욱 높게 평가되고 있다. 또한 매년 최종선발 인원이 평균 7~9명으로, 뽑는 인원이 많지 않아 시험 준비부터 많은 응시생들이 두려움을 갖게 되기도 한다.
1차 시험 PSAT(공직적격성평가)
2차 전공 시험에 비해 1차 시험은 많은 정보가 공개되어 있는 상태이다. 일명 피셋(PSAT)으로 불리는 1차 시험은 응시생들 사이에 IQ 테스트로 통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준비를 많이 해도 점수가 오르지 않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시험 삼아 응시한 학생이 높은 점수를 획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정식 명칭은 공직적격성평가(Public Service Aptitude Test, PSAT)로 공무 수행에 필요한 기본적 지식과 소양, 자질 등을 갖추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시험이다. 시험은 총 3개 영역(언어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2004년 외무고시 1차 시험에 처음 도입되었으며, 점차 그 비중이 확대되어 2007년 이후에는 행정, 외무고시 1차 시험에 100% 적용되었다. 보통 기술직군 응시생들은 1차 시험을 2~3개월 정도 준비하며, 1차 시험 준비 기간에도 2차 시험 공부를 같이 병행한다고 한다.
2차 준비는 전공수업에서
2차는 전공시험이다. 학교에서 보는 전공시험과 같이, 각 문항에 대해 논술식으로 작성해 나가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과목은 필수 3과목(데이터베이스, 운영체제, 자료구조)과 선택 1과목(컴퓨터 네트워크, 프로그래밍 언어론, 수치해석)으로 총 4과목을 보게 된다. 응시생들의 선택과목에 대한 선호도는 ‘프로그래밍 언어 6/ 컴퓨터 네트워크 3/ 수치해석 1’ 정도로, 해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선택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다른 고시와는 다르게 기술고시는 2차를 전문적으로 강의 해주는 학원이 없어 대부분의 응시생들이 개인 또는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공부를 하고 있다. 합격자들의 조언을 따르면 2차 준비는 혼자 하는 것보다 스터디를 통하여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 이유는 2차 시험에 대한 높은 난이도 때문이다. 혼자 모의 답안을 작성한 것이 100% 맞는 다는 보장이 없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스터디라는 것이 합격자들의 공통된 답변이다. 또한 해당 과목에 대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곳이 전무한 만큼, 기술고시에 응시하고자 하는 학부생들에게 전공 수업은 매우 중요하다. 수업에 충실하며 모르는 내용을 정리하여 교수님께 질문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학기 내에 합격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
| (좌) 행정고시 기술직을 위한 Daum 카페. (우) 구글 - 행정고시 전산직 모임 |
새롭게 변화된 숭실대 기술직 고시반
요즘 들어 부쩍 기술고시에 관심 있는 학부생들이 많아진 것 같다. 이 같은 현상은 막연하게만 생각되었던 고시라는 큰 틀이 정우진(01) 선배의 합격으로 현실성 있는 목표로 다가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같은 변화는 학부생에서만 그치지 않고 학교 지원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이번 학기에 새롭게 출범한 기술 고시반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아직 처음이라 모든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지만 도서관과 같은 개인 공부 공간, 전공서적 지원 및 장학금 등 다양한 혜택들이 기술고시를 준비하는 학부생들에게 지원될 예정이다.
전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작되는 섣부른 도전이 아니라면 1, 2학년 학부생들에게 기술고시를 추천하고 싶다. 세계 IT산업을 이끄는 대한민국의 해당 정책 결정에 기여하는 사무관. 고등고시 합격에 대한 개인적 영광을 떠나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일이라 생각된다. 앞으로 고위 공직에 진출하는 숭실대 컴퓨터 학부생들의 힘찬 발걸음이 계속되었으면 한다.
취재 : 김성오 기자(ksomclv@naver.com)
편집 : 컴타임즈 편집국(kcsjhz@gmail.com)
http://www.comtimes.kr/news/330
Powered by Newsbuild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