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학과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컴퓨터학부 내에도 자신의 전공에 대해 고민하는 학우들이 많다.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학업을 병행하고 나아가 취업을 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에 따라 본과를 졸업하여 향후 컴퓨터학부 전공 이외의 분야에 종사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을지 컴퓨터학부의 전신인 전자계산학과(전산과) 출신으로 현재 금융업계에 종사하고 계시는 86학번 김선행 선배님을 만나 뵙고 직접 인터뷰를 나누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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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6학번 김선행 동문 |
Q1.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주신다면?
A. 나는 대학에 다니면서 집안이 가난해서 부자가 되고 싶었다. 그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그리고 부자가 되면 해야 할 일들을 생각했었다. 당시에는 부자가 되려면 단순히 월급만 많이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공 외 분야이지만 월급을 많이 주는 금융기관에 취업을 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실제 부자란 무엇인지 직접 보고 느끼고 경제관련 공부를 하면서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이 부자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돈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제는 이웃에게 베푸는 삶을 실천하면서 제 3의 인생을 살고 싶다.
Q2. 현재 구체적으로 하시는 일과 그 직업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는?
A. 대학 졸업 이후부터 2002년까지 대한투자신탁을 다녔다. 그 후 5명이 함께 같은 분야의 작은 회사를 차려 6년간 일을 했고 지금은 따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하는 일은 금융업으로 같다. IMF 때 지점으로 나가 일을 시작했고 그 이후에 수익모델을 찾아서 독립을 하게 되었다. 주식, 채권, 선물 투자 등 다루는 것은 펀드매니저와 유사하나 주된 일은 파생상품 딜러이다. 처음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앞서 자기소개에서 말했듯 돈을 많이 벌기 위한 점이 크다.
Q3.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하신 일이 결과적으로 적성에도 맞으셨는데?
A. 첫 직장인 대한투자신탁은 직원들에게 실무 교육을 참 잘 시켜주는 회사 중 하나였다. 물론 전산과 출신으로 회사의 승진 시험을 통과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당사의 교육을 받다 보니 전공과 다른 분야이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금융업에 관해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오르게 된 것 같다. 월급을 많이 받아 부자가 되려했던 나의 관점을 바꾸어준 곳도 바로 이 회사였다. 금융이 너무 재미있었고 공부한 내용을 실천하면서 돈을 벌 때는 흥분도 되었다. 기본을 정확히 지키는 사람은 주식시장에서 돈을 번다.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것은 많은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이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그럴수록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분야에서 십 년 정도를 꾸준히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4. 전공외 분야에 어떤 방법으로 취직을 하셨는지?
A. 당시에는 모든 회사에 전산부가 따로 있었다. 따라서 금융업계라고 해도 전산과와 전산부 직원을 선발했다. 전산 장비가 워낙 비쌌고 인건비는 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엔 전산과로 들어갔고 그 이후에 금융을 배웠다. 월급을 받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일이 재미있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Q5. 돈을 좇아 취업을 하면 회의감이 들 것 같기도 한데, 직장에서 전공적인 측면에서나 혹은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점은?
A. 돈에 대한 가치를 부정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돈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아주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가치이다. 따라서 먼저 그 가치를 인정해버리면 그 외의 가치들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돈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돈을 벌기 힘들 수 있다. 나는 애초에 돈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에 회의감이 들었던 적은 별로 없고, 힘든 점이라면 직무를 수행하면서 느끼는 순간순간의 어려움이나 경기의 변화에 따른 불안감 정도였다. 하지만 워낙 성격이 긍정적이고 변화에 빨리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기 때문에 좀 더 수월했던 것 같다. 늘 내 뜻대로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시에는 굉장히 힘들었던 일들도 지금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다 나에게 필요한 과정이었기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전공외 지식적인 부분은 취업 후 회사에서 6~7년동안 기초부터 배웠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Q6. 재학시절 어떤 학생이셨는지?
A. 어떻게 보면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모범생처럼 보였을 수도 있지만, 만만치 않은 형편으로 학교 고시실에서 2년을 살다 보니 힘든 점도 많았다. 하지만 힘든 티를 내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다. 처음 같은 학교 출신인 지금의 아내(숭실대학교 화학공학과 82학번)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다 놀랐다. 그 정도로 튀는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만 군대에서 제대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공부를 등한시하지는 않았다. 호우회 동아리 활동을 했고 특별히 학부 소모임 활동은 안 했다.
Q7. 지속적으로 기부를 해주시고 있는데, 선배님께 모교는 어떤 의미인지?
A. 모교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아주 감사한 곳이다. 같은 이유로 졸업한 고등학교에도 기부를 하고 있다. 말로만 감사하기 보다는 이제는 그 마음을 표현할 때라고 생각한다. 과거는 잊고 앞만 보고 살아가는 것은 너무 삭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대학 출신인 아내와 내가 재학시절 꾸준히 장학금을 받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Q8.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과연 대학을 갈 때 내가 원하는 과를 선택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냉정하게 말하면 대부분의 학생이 점수에 맞춰서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취업도 결국은 이와 마찬가지이다.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완벽한 선택을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본인이 이미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을 해버리는 쪽이 더 나은 것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부정하거나 자기 방식대로 합리화하기 시작하면 그 관념에 매몰되어 더 큰 것을 보기 힘들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취직을 했다. 돈이라는 가치 자체를 인정하고 나니까 그 밖의 또 다른 가치가 보였던 것이다.
물론 전공이 적성에 잘 맞아서 만족감을 가지고 대학에 다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렇지 못한 사람도 어쨌든 대학을 다니는 4년동안은 똑같이 이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분야에 열심히 임하는 것이 오히려 추후에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더 도움이 된다. 나는 전산과 출신으로 전공 외 분야인 금융업계에서 일을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분명 전산과의 지식이나 기질이 장점으로 발휘될 때가 정말 많이 있었다. 처음엔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 누적이 되면 큰 차이가 된다. 따라서 지금 현재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다보면 취직을 한 후 언젠가 내가 잘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선택할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
회사에서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구체적인 실적으로 드러난다. 경영하는 사람들은 적재적소에 알맞은 인력을 배치할 수 밖에 없다. 이 것이 안 된다면 그것은 죽은 조직일 것이다. 회사에서 전산과에 소속되어 있던 나를 금융쪽으로 투입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10년에서 15년을 열심히 배우면서 살다보면 자연적으로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기게 되고 그 안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그런 자세로 기초를 다지면 그 이후의 인생을 더 편하고 의미있게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굳이 지금 당장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모르겠다면 일단 학과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이 좋다. 그 이후 취직을 해서 그 안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10~15년을 열심히 노력하여 수익모델을 찾아라. 그 노력이 없다면 결국 평범한 사람이 될 것이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나는 가난한 시절을 보내면서 단순히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은 직업을 선택하였지만, 만약 부유한 환경이었다면 또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현재의 자리에서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지금 가장 적합하다고 느끼는 삶을 충실히 살다보면 또 다른 길이 열리게 되어있다. 물론 다른 사람은 나와는 다른 의견을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이런 삶을 살아온 내가 여러분에게 줄 수 있는 조언이다.
작성 : 최지원 기자(cwjw@naver.com)
사진 : 배석현 기자(bus1029@gmail.com)
편집 : 컴타임즈 편집국(plove02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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